4.26(일) 오후, 삼청동, 삼청공원, 말바위전망대

 
두어달동안 '마음공부' 일요강좌가 취소된데다 세상일의 관심사가 온통 우한폐렴인 '코로나'사태인데 거기에 추가하여 근래에 치러진 4.15총선까지 가세되고 보니 알게 모르게 온 국민들의 인식이 여기에 매몰되고 있어 개인적으로 이 현실로부터 초연해지기가 쉽지 않다.

달포 전인가 연희동 번개모임을 가진데 이어 4월 마지막 일요일 오후에 삼청동 번개모임에 6명이 모였다. '當處'에 대한 이치와 원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보고 듣고 신경쓰는 관심사들에 몸과 마음이 끌려가는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 잠시 소홀한 틈사이에도 五觀(눈, 귀, 코, 입, 몸)의 안테나를 통해 들어온 정보들이 부지기수로 쌓이고 찌꺼기도 남는다.

'코로나'로 인해 3개월여 사이에 세상은 어느 누구도 인위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큰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재앙인지 축복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삶뿐만이 아니라 자연생태계까지 바뀌고 있다. 재앙이나 축복도 사람이 그렇게 이름붙혔을 뿐이지 본질이 그런 것은 아니고 단지 자연의 여러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天地不仁'이라고 하늘이 어느 편을 들어주는 법은 없고 다만 이런저런 조건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우주만물의 한 구성요소인 인간도 그 전체의 흐름속에 함께하고 있으며 인간만이 모든 자원을 쓰는 권리를 가진 것도 아닐 것이다. 모두 함께 공존하는 관계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모든 존재하는 것은 상호 작용하고 의존, 상관관계 속에 있다.

삼청동에서 삼청공원으로 들어가 말바위전망대로 가는 오솔길로 들어섰다. 키큰 붉은소나무와 키작은 화살나무가 데크계단길 양쪽으로 늘어선 운치있는 길인데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니 숨소리가 가빠진다. 시엄시엄 한참을 오르니 능선에 한양도성을 만난다. 이쪽이 城內이고 내다 보이는 쪽이 바깥이다. 맨몸으로 걸어 올라오기도 헐떡거리는 여기에 한양도성을 쌓았던 조선초기 그 겨울의 3개월 공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이 안간다.

도성이 작은 봉우리로 불뚝 솟은 곳의 남쪽편에 자그마한 바위가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 그 바위 틈새에 비바람을 건뎌내며 이슬먹고 자라난 소나무가 있다. 나는 난생처음 와보는데 이 소나무는 아마 100년은 더 저 앞의 서울시내를 굽어보고 있었지 싶다. 춥다덥다 목마르다는 불만도 없다. 왜 세상이 시끄러우냐고 탓하지도 않는다. '順天'한다. '나'가 없어 '나無'라 하나 보다. 그 자리에 있는 바위나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山, 흐르는 江, 나무와 풀, 날으는 새, 하늘과 구름, 부는 바람, 어느 것이나 다 그런데 유독 사람만은 특이하다. '내'가 있는 것이다. 세상 살기에 가장 거추장스러운 놈, 바로 그놈을 우리는 데리고 살고 있지 않은가? 잘하면 내가 부릴 수도 있지만 그놈 원하는 대로 이끌려 다니면 평생 고생이다.

 바위위에 앉아 멀리 펼쳐진 풍경 너머로 푸른하늘과 지나가는 구름을 본다. 가까이 소나무가지가 흔들리고 얼굴을 세차게 바림이 소리를 내며 스친다. 그러다 잠잠해지기도 한다. 햇살이 얼굴에 따스하게 내리쬔다. 누군가 지휘하여 거대한 연주를 하고 있는걸까? 잠시도 쉼없이 이어진다. 이전과 같지 않다. 시간과 함께 계속 새롭게 나타나온다. 그 속에 나도 함께 하고 있다. 함께 숨쉬고 있다. 일부러 나누지 않으면 분리되지 않고 전체가 한덩어리(一團)이다.

저자거리에 있거나 산속에 있거나 본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계속 먼지가 일어나는 구조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 툭트인 공간이동을 통해 '호연지기'를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마하'를 확인하는 자기마다의 비법 몇가지씩은 가지고 살 일이다.

삼청동 어느 가게앞의 '일월오봉도' 병풍그림

불경기에도 여기 식당앞에는 길게 대기줄이 서있다 - 삼청동수제비

우리가 만난 삼청동 커피빈 3층 테라스

앞쪽 뒷쪽 하늘이 맑고 흰구름이 일품이다

커피숖 토론 후 현장실습으로 삼청공원 이동

좋은 위치에 무료관람 전시장이 있다. 이런 비싼 땅에 어떻게 운영되는 걸까?

삼청공원으로

삼청공원 입구

계속되는 계단길이 힘들 즈음에 용기를 북돋우는 글귀가 한구절씩 나타난다.

성밖에는 뭐가 있을까?

막바지에는 꼭 깔딱고개가 있다.

그리고 시원스런 전망이 펼쳐진다.

청계산 남산 관악산 호압산 여의도 개화산 공덕동 목동 안산 인왕산 북악

여기 이 자리가 오늘의 '白眉'다.
어느 가족이 먼저 자리잡고 있어 조금 기다리다가 앉았다. 어느 자리이거나 '본처'아닌 곳이 없기야 하겠냐마는 그래도 '호연지기' 키우기에 적합한 곳으로 보인다.

동쪽으로 불암산 잠실 롯데타워

경복궁과 북촌

경복궁과 정부세종청사, 세종문화회관, 광화문광장

말바위에 앉아 목전에 보이는 전경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하산

봄이 여기저기 잎에도 꽃에도

모르고는 못가보는 곳, 영무정이 있다.

영무정 앞 암벽에 단풍잎 그림자가 계속 쓸고 다녀도 흔적 남기지 않네.

신혼부부 웨딩화보 촬영 중

 붐비던 테니스장도 텅비어 있고

마을버스타고 저자거리로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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