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회 역사문화답사를 겸한 걷기  4개 모임을 주선, 참여하고 있다. 가볼만한 좋은 곳은 수도없이 많지만 매번마다 새로운 코스로 바꾸어 주선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답사하여 설명자료 연구하고 식당까지 정해 예상 참석인원으로 예약을 해야 하는 등 챙길 일이 많다. 코스마다 가기에 적합한 계절이 있어 때맞추어 가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그런 지역을 선택하면 더 좋다.

서울이 하도 넓고 각 구청마다 특색있는 공원이나 둘레길, 산책코스를 개발하고 있으니 어쩌면 서울은 걷기좋은 코스의 천국이라 할만하다. 게다가 수도권지역 전철로 갈 수 있는 지역에도 지자체마다 답사코스들을 경쟁적으로 개발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외국의 여건을 많이 부러워 했었는데 이제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감탄할 정도가 되고 있다. 아무리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어도 활용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여 내 영양으로 되지 못한다.

11월말의 늦가을 답사는 서울 강남의 반포 방배동지역 여러공원을 연결하는 코스로 잡았다.

오후 3시, 동작역 1출구에 모여 반포천 따라 허밍웨이 ~ 서리골공원 ~ 누에다리 ~ 몽마르뜨공원 ~ 서리풀공원 ~ 청권사 ~  도구머리공원 등을 거쳐 사당역까지 거의 숲길따라 이동하는 길이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 11명의 회원들이 오후 3시, 동작역 1출구에 모였다. '정시에 오면 꼴찌'라는 공식이 우리 동기회에서는 보편적 분위기이다.

반포와 방배동 등 강남의 핵심 값비싼 땅에도 공원이 많다. 구반포는 30년이 넘어 허술해보이는 나즈막한 아파트들이 숲속에 숨어있는 듯 옛 모습 그대로이지만 신반포는 대부분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고층 매머드 아파트로 재개발되어 있다.

아직은 단풍이 마지막 안간힘으로 간간이 매달려 있어 晩秋의 분위기를 느끼며 값비싼 땅 옆을 걷는다. 아쉬움에서인지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동작역 1출구를 나서자마자 반포천 뚝방길로 연결되는 허밍웨이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고 붙은 이름이란다.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은 참 여유롭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처음 걸어보는 길이라는 친구가 대부분이다. 반포천 뚝방길이 끝나고 매리어트호텔 앞에서 강남성모병원 뒷산으로 오르는 비탈 계단길은 작은 동산 치고는 만만치 않은 경사길이다. 오솔길을 이리저리 구불구불 한참을 돌아 오르니 건너편 몽마르뜨공원으로 연결되는 누에다리를 만난다. 서울의 명물 중 하나로 꼽히는 터널형의 특이한 육교이다. 

몽마르뜨공원은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배수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널찍한 공간이다.

서초동 옛 정보사 뒷산 능선을 따라 계속 이동해 가니 끝지역에 태종의 차남이며 세종대왕의 둘째형인 효령대군과 부부인을 모신 묘역뒤 능선위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담장을 따라 비탈길로 방배역에 이르게 되고 거기가 청권사 입구이다. 효령대군이 관악산 연주암과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곳을 수없이 다녔으면서도 지난주의 관악산 산행때 처음 알게 되었다. 연주암이 한자로 '戀主'이고 언젠가는 왕궁에서 자기를 불러주는 날이 올거라는 일념을 버리지 않고 기다렸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분들의 묘역을 보며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백석대학교 안으로 방배공원 전망대 동산코스는 시간부족으로 생략하고 사당역방향의 도구머리산 공원을 돌아 사당역 부근의 예약된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르내리막 계단길이 꽤나 있지만 그래서 더욱 다양하고 지루하지 않은 도심공원 산책길은 접근성이 좋고 간편하게 나설 수 있어 가볼만한 길이다. 우리가 고마운줄 모른채 당연한 것으로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우리 사회의 SOC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잘 갖추어진 덕분에 우리는 국민소득 2만불 수준에서도 3만불의 나라들보다 훨씬 잘사는 것으로 보이지 않나 싶다. 이런 자유로운 민주체제가 계속 유지되어야 할 터인데 행복은 꼭 지난 후에라야 그때가 행복했노라고 아쉬워하는 '괴물'이 되지 않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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